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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이야기

역사란 무엇인가 -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

by 얼룩말책방 2020. 12. 1.

 

# 역사란 무엇인가_E. H. 카 저

 

# 첫 문장 - 역사란 무엇인가? 

 

# 인상깊은 구절

 

20p 어떤 역사가를 정확하다는 이유로 칭찬하는 것은 어떤 건축가를 잘 말린 목재나 적절히 혼합된 콘크리트를 사용하여 집을 짓는다는 이유로 칭찬하는 것과 같다. 그것은 그의 작업의 필요조건이지만 그의 본질적인 기능은 아니다.

 

21p 두 번째로 명심해야 하는 점은 그 기초적인 사실들을 확정해야 할 필요성이 사실 자체의 어떤 성질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역사가의 선험적 결정에 좌우된다는 것이다.

 

23p 역사적 사실로서의 그것의 지위는 해석(interpretation)의 문제에 좌우될 것이다. 이 해석이라는 요소는 모든 역사의 사실에 개입한다.

 

25p 중세사 연구자로서 소양을 쌓은 배러클러프교수 자신도 '우리가 배우는 역사는, 비록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고 해도, 엄격히 말하면 결코 사실 그것이 아니라 널리 승인된 일련의 판단들이다'라고 말한다.

 

36p 역사의 사실들은 순수한 형태로 존재하지 않으며 또한 존재할 수도 없기 때문에 우리에게 결코 '순수한' 것으로 다가서지 않는다는 점이다 : 그것들은 기록자의 마음을 통과하면서 항상 굴절된다.

 

46p 따라서 '역사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나의 첫번째 대답은, 역사란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과정,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것이다.

 

53p 우리는 때때로 역사의 경로를 '움직이는 행렬(moving procession)이라고 말한다.

 

53p 그 행렬이 - 그리고 그 행렬과 함께 역사가가 - 움직여나감에 따라서 새로운 광경과 새로운 시각이 끊임없이 나타난다. 역사가는 역사의 일부다. 그 행렬 속에서 그가 있는 그 지점이 과거에 대한 그의 시각을 결정한다.

 

62p 여러분이 어떤 역사책을 집어들 때, 책 표지에 있는 저자의 이름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출간일자나 집필일자도 살펴보아야 한다. 똑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는 없다는 한 철학자의 말이 옳다면, 한 역사가가 똑같은 책을 두 권 쓸 수 없다는 말도 어쩌면 마찬가지로, 그리고 똑같은 이유에서, 진리일 것이다.

 

64p 첫 번째 강연에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 여러분은 역사를 연구하기에 앞서 역사가를 연구하라. 이제 나는 이렇게 덧붙이려고 한다 : 여러분은 역사가를 연구하기에 앞서 그의 역사적, 사회적 환경을 연구하라. 역사가는 개인이면서 또한 역사와 사회의 산물이다 : 그러므로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은 이 두 가지의 관점에서 역사가를 바라보는 법을 배워야만 한다.

 

79p 인간이 과거의 사회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그리고 현재의 사회에 대한 인간의 지배력을 증대시키는 것, 이것이 역사의 이중적인 기능이다.

 

96p 과거에 비추어 현재를 배운다는 것은 또한 현재에 비추어 과거를 배운다는 것을 의미한다. 역사의 기능은 과거와 현재의 상호관계를 통해서 그 두 가지 모두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진전시키는 데에 있다.

 

106p 파스퇴르와 아인슈타인은 사생활에서는 성스럽다고까지 할 만큼 모범적인 인물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이 불성실한 남편, 잔혹한 아버지, 파렴치한 동료였다고 가정한들, 그들의 역사적 업적이 조금이라도 폄하될 것인가? 그러므로 역사가가 우선 관심을 두어야 하는 것은 그들의 업적이다.

 

109p 역사가는 교수형을 내리기 좋아하는 재판관이라는 생각일랑 버리고, 개인에 대해서가 아니라 과거의 사건이나 제도나 정책에 대해서 도덕적 판단을 내린다고 하는, 더욱 어렵지만 더욱 유용한 문제로 눈을 돌려보도록 하자.

 

119p 과학자, 사회과학자, 역사가는 분야는 서로 다르지만 모두가 동일한 연구를 하고 있따; 그것은 인간과 환경에 관한, 다시 말해서 환경에 대한 인간의 그리고 인간에 대한 환경의 영향에 관한 연구다. 연구의 목표도 동일하다;그것은 환경에 대한 인간의 이해와 지배를 증진시키는 것이다.

 

141p 우연은 그저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어떤 것이 아니다. 나는 역사에서의 우연의 문제에 대한 해결은 전혀 다른 사고방식 속에서 추구되어야만 한다고 믿는다.

 

169p 우리가 어떤 역사가를 객관적이라고 말할 때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그 역사가에게는 사회와 역사 속에서의 자신의 위치로 인해서 제한되어 있는 시야를 넘어설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로, 그 역사가에게는 자신의 시야를 미래에 투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그런 만큼 그는 자신이 처해 있는 바로 그 위치에 전적으로 속박된 사고방식을 가진 역사가들보다 과거를 더 심원하고 더 지속적으로 통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170p 예전의 해석은 거부되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해석에 포함되며 또한 대체된다.

 

178p 역사에서의 객관성이란 바로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어떤 고정불변의 판단기준에 의존하거나 의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미래에 남겨진 그리고 역사과정이 전진함에 따라서 발전하게 되는 그런 기준에 의존하거나 의존할 수 있는 것이라는 나의 명제를 설명해준다. 역사는 과거와 미래 사이에 일관된 연관성을 확립할 때에야만 의미와 객관성을 가지게 된다.

 

211p 나는 격동하는 세계, 진통하는 세계를 내다보고 나서 진부하기조차 한 어느 위대한 과학자의 말을 빌려서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 그래도-그것은 움직인다'

 

# 생각

 

‘생각의 비밀’의 저자 김승호님의 책에서 읽었던 구절을 인용하자면, 이러한 전문서적을 읽고 나면 그것을 몰랐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 겸손해진다는 것이다.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이자 역사가에 의해 선택된 굴절된 사실이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역사책을 읽을 때는 저자의 성향, 그 책이 출판된 시기까지도 그 역사를 진술할 때 영향을 끼쳤음을 염두하고 접근한다는 것.

 

역사가는 과거의 그 역사 안에 있고, 그들의 관심과 선택이 역사를 결정한다는 것.

역사가로 산다는 것은 책임감과 사명감을 전제하는가 보다.

 

그들이 선택함에 있어서 객관성을 가진다 해도 그 객관성 역시 그들이 살아온 시대와 환경을 벗어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예전의 해석이 틀린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미래와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해석으로 대체되는 것.

 

지금 내 삶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틀린 것이 아니라 대체되는 것, 그리고 이러한 변화 속에서 진리를 찾는 것.

 

그것 또한 우리의 삶인가 보다.

 

벌써 2020년의 마지막 달이 지나고 있다. 12월 역시 나의 지난 삶을 포근히 감싸고 있다.

틀린 것이 아니었다. 내 삶의 옳은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