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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이야기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 모든 삶에는 수백만 개의 결정이 수반된단다. 되돌릴 수 없는 변화가 생기고, 이는 더 많은 변화로 이어지지.

by 얼룩말책방 2022. 1. 11.

 

# 미드나잇 라이브러리_매트 헤이그



# 첫 문장 - 죽기로 결심하기 19년 전, 노라 시드는 베드퍼드에 있는 헤이즐딘 스쿨의 아늑하고 작은 도서관에 앉아 있었다.


50p 자정의 도서관이 존재하는 동안 넌 죽음으로부터 보호받을 거다. 이제 어떻게 살고 싶은지 결정해야 해.

51p 모든 삶에는 수백만 개의 결정이 수반된단다. 중요한 결정도 있고, 사소한 결정도 있지. 하지만 둘 중 하나를 선택할 때마다 결과는 달라져. 되돌릴 수 없는 변화가 생기고 이는 더 많은 변화로 이어지지. 

52p 너에겐 선택의 경우만큼이나 많은 삶이 있어. 네가 다른 선택을 한 삶들이 있지. 그리고 그 선택은 다른 결과로 이어져. 하나만 달라져도 인생사가 달라진단다.

59p 버트런드 러셀은 "사랑을 두려워하는 것은 인생을 두려워하는 것이고, 인생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이미 4분의 3이 죽어 있는 상태다."라고 했다.

83p 대학에 다닐 때 노라는 '홉스 학설로 본 기억과 상상의 원칙'이라는 무미건조한 제목의 에세이를 쓴 적이 있다. 토머스 홉스는 기억과 상상을 거의 같다고 보았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노라는 절대 자신의 기억을 전적으로 믿지 않았다.

94p "~하고 싶다."는 건 재미있는 말이야. 그건 결핍을 의미하지. 가끔씩 그 결핍을 다른 걸로 채워주면 원래 욕구는 완전히 사라져. 어쩌면 넌 무언가를 원한다기보다 무언가가 결핍된 것일지도 몰라. 네가 정말로 살고 싶은 삶이 있을 거다.

100p 어떤 후회는 전혀 사실에 기반하지 않는단다. 가끔은 그냥.... 엘름 부인은 적합한 표현을 찾아 머릿속을 뒤지다가 마침내 찾아냈다. 완전 개구라야.

100-2p 노라, 때로는 살아봐야만 배울 수 있으니까

127p 운동장에서 노는 것보다 도서관에 있는 게 좋았죠. 사소한 거 같지만 그런 공간이 있다는 게 큰 도움이 됐어요.(노라) / 사소한 것의 중요성을 절대 과소평가하지 마라. 그 말을 늘 명심해야 해.(엘름 부인)

138p 체력은 방해물이 가득한 삶에서 목표에 계속 집중하게 해주는 필수 요소입니다. 몸과 마음이 한계에 달했을 때 일을 계속할 수 있는 능력이며, 주위를 둘러보며 날 추월하는 사람이 있으면 어쩌나 걱정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이 속한 레인에서 계속 수영하는 능력입니다.

165p 우리가 가장 큰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사실은 성공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종종 외부적으로 무언가 성취하는 걸 성공으로 보기 때문이죠. 올림픽 메달이나 이상적인 남편, 높은 연봉 같은 거요. 우리 모두에게는 도달하려고 하는 그런 지표가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성공은 셀 수 있는 게 아니고, 인생은 이길 수 있는 시합이 아닙니다.

194p 한 곳에 너무 오래 머무르면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잊어버린다. 경도와 위도가 얼마나 긴지 무감각해진다. 한 사람의 내면이 얼마나 광활한지 깨닫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일 거라고 노라는 짐작했다.

215p 노라는 다중 우주에 대해 읽은 적이 있고, 게슈탈트 심리학에 대해서도 조금 알고 있었다. 인간의 뇌가 세상에 대한 복잡한 지식을 받아들여 단순화한다는 사실을, 그래서 나무를 볼 때 우리의 뇌는 이파리와 가지가 복잡하게 얽힌 그 덩어리를 나무라는 물체로 해석한다. 인간이 된다는 것은 세상을 매사가 간단하면서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로 계속 단순화한다는 뜻이다.

242p 우리는 모든 면에서 최고의 경험을 했어. 하지만 네 말대로 끝내는 게 맞아. 네가 우주의 순리에 따라 올바른 일을 한 거야. 거절당하는 게 아니라 그저 방향이 바뀌는 거지. 저기, 요즘에 많이 생각했어. 우주에 대해서. 난 우주와 동조되어 있는데 우주가 정신 차리라고 말하더라. 균형이 중요하다는 거지. 

258p 삶에는 어떤 패턴이... 리듬이 있어요. 한 삶에만 갇혀 있는 동안에는 슬픔이나 비극 혹은 실패나 두려움이 그 삶을 산 결과라고 생각하기 쉽죠. 그런 것들은 단순히 삶의 부산물일 뿐인데 우리는 그게 특정한 방식으로 살았기 때문에 생겨났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슬픔이 없는 삶은 없다는 걸 이해하면 사는 게 훨씬 쉬워질 거예요. 슬픔은 본질적으로 행복의 일부라는 사실도요. 슬픔 없이 행복을 얻을 수는 없어요. 물론 사람마다 그 정도와 양이 다르긴 하겠죠. 하지만 영원히 순순한 행복에만 머물 수 있는 삶은 없어요. 그런 삶이 있다고 생각하면, 현재의 삶이 더 불행하게 느껴질 뿐이죠.

269p 가장 평범해 보이는 게 나중에는 널 승리로 이끄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이야. 넌 계속 나아가야 해. 그날 강에서처럼. 기억하니?

278p 노라는 철학과 1학년이었을 때 아리스토텔레스를 공부한 기억이 났다. 그리고 최상의 결과는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그의 주장에 약간 실망했던 기억도 났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에 따르면 최상의 결과는 '여러 대안 중에서 현명한 선택을 내린 결과'다. 

313p 우린 감각을 통해 인식하는 것만 알아.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은 결국 그것에 대한 우리의 인식일 뿐이야. 중요한 건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보느냐지.(엘름 부인) 그건 소로가 한 말인데요. 소로를 아세요?(노라)

364p 모든 삶에는 수백만 개의 결정이 수반된단다. 중요한 결정도 있고, 사소한 결정도 있어. 하지만 둘 중 하나를 선택할 때마다 결과는 달라져. 되돌릴 수 없는 변화가 생기고, 이는 더 많은 변화로 이어지지.

389p 절망의 반대편에서 인생은 시작된다라고 사르트르는 말했다.

401p 내가 그토록 가고 싶었던 곳이 내가 도망치고 싶었던 바로 그곳임을 깨닫는 것은 꽤 충격적이었다. 감옥은 장소가 아니라 관점이었다. 


베스트셀러를 읽는다는 것은 꽤 유쾌하고 흥분되는 일이다. 책을 읽고 지인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럴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는 또 다른 세계를 만난다.

거기에 더하여 영국 배경의 이야기는 설레기까지 한다. 짧았던 시간이었지만 영국에서의 나는 자유롭고 젋었으며, 밝았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 속 다양한 요소들은 참으로 안정적이었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삶과 죽음의 중간지점에 존재하는 중간통로, 그 어느 지점이다. 어디로 갈지 내가 선택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 삶의 흔적들을 살펴볼 수 있고, 원한다면 그곳의 나로 살아볼 수 있는 행운(?)도 얻는다. 수 많은 선택과 결정, 후회와 만족감 등으로 겹겹히 쌓여진 내 삶의 조각, 일부분을 떼어낼 수 있다. 그리고 경험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 곳의 내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다시 이 도서관으로 돌아올 수 있다. 단, 만족스럽다면 망설일 것 없이 그 속의 나로 살아가는 것이다. 마치 원래부터 나였던 것처럼.

이를 통해 노라는 그동안의 후회와 반복되는 선택의 결과 속으로 간다. 시골 근교의 펍 주인으로 사랑했던 연인 댄과 살아가기도 하고, 올림픽 은메달을 딴 수영선수 노라도 된다. 고등학교 시절 잠시 꿈꾸었던 빙하학자로 돌아가 북극에서 북극곰을 만나기도 하고, 오빠 조와 결성한 라비린스로 밴드 보컬리스트가 되어 전 세계를 투어 하기도 한다. 어느 농장의 와이너리 주인이 되기도 하고, 외과의사 애쉬의 커피 제안을 받아들여 소중한 딸을 얻는 놀라운 경험을 한다.

그 속의 내가 되었을 때 다소 낯선 상황들에 놓여 당황스럽기는 했다. 하지만, 노라는 마치 지금의 삶이 내가 쌓아 올린 나인 것처럼 살아가 본다.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며 말이다.

마냥 행복할 것 같았고, 그곳의 나도 괜찮을 것 같다고 느껴질 그 어디쯤에서 노라는 현재의 나로 경험하지 못했던 뜻밖의 일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알게 되는 슬픔, 고통들은 노라를 버틸 수 없게 만든다. 기억은 상상이지, 진실이 아니다는 어느 학자의 말처럼, 내가 상상만 했었던, 그리고 이를 통해 어렴풋이 생각나는 그때의 기억들은 노라를 다시 도서관으로 돌려놓는다.

우리의 삶은 그러하다. 선택과 결정, 그리고 실수, 후회 등이 나를 힘들게 하기도 하고 스스로를 격려하기도 한다. 결국 그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나이다. 그리고 그 순간의 결정 자체는 기억할 수도 있지만, 그 결정을 하기까지의 상황, 느낀 감정과 기분, 그 밖의 것들은 흐릿할 수밖에 없다. 그때의 나는 그것이 최선이었고, 그 결정이 옳았다.

내가 한 결정이고, 내 삶이기 때문이다.

그 뒤의 나는 그 선택 하나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그러한 다른 종류의 수백만 가지 결정들이 만들어 낸 것. 그것이 바로 지금의 나 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라처럼 두꺼운 후회의 책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단순히 후회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노력과 수고의 과정인 것이다. 

여러 노라들의 선택과 결정, 그들의 이야기로 나는 위로받았다. 

'토닥토닥 잘해왔어. 수고했어. 잘하고 있어. 그리고 그것이 옳은 결정이었어. 난 그렇게 생각해' 라며 내 삶을 응원받았다.

때로는 어린 시절의 시험 점수처럼 내 삶의 점수를 확인받고 싶을 때가 있다.

나 맞게 살았던 거야?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이 방향이 맞는 거야?

그리고 혹시 틀렸다면 다시 풀어서 수정하고 싶은 마음도 든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그럴 수 없다. 틀린 것을 수정해서 없었던 것처럼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왜 틀렸는지 알고 다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는 있다. 없었던 것처럼 만들 수는 없지만, 그럴 필요도 없다. 내 삶인데, 굳이 없었던 일처럼 만드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결국 그것 역시 바꿀 수 없는 순간인데 말이다. 

때로는 경험을 해야만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그런 류의 경험들은 더욱이 값지고 소중하며, 의미 있다.

이제 나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는가?

순간으로 돌아가면 모든 것이 완벽해질 수 있을까? 지금보다 나은 삶인가.

아니다.

지금의 나, 나의 노력과 에너지로 공고히 쌓아 올린 나 자신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마치 아마존의 가장 크고 튼튼한 그 어떤 나무들보다 내가 키운 작은 반려식물이 더 소중하듯이 말이다.

지금의 나를 소중히 여기자. 그리고 가장 소중한 것이다.  

노라도 그런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다시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 간다 해도 결국 지금의 삶을 선택하는 것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