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레바퀴 아래서_헤르만 헤세
# 첫 문장 - 요제프 기벤라트 씨는 중개업과 대리업을 했다.
8-9p 그의 영혼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부분, 즉 우월한 힘과 인물에 대한 끊임없는 불신감, 그리고 일상적이지 않은, 보다 자유롭고 세련된 정신 세계에 대한 본능적인 적대감에 있어서 그는 그 도시의 다른 모든 가장들과 다를 바 없었다.
10p 그들의 결혼 생활은 견실하고 행복했다. 하지만 그들의 삶 어디에나 치유할 수 없는 고루함이 배어 있었다.
31p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기원과 관심은 쉽사리 먼 거리를 뛰어넘어 멀리까지 영향을 미치는 법이다.
18-19p 정작 그가 이야기를 건넨 궁극적인 목적은 시험이란 단지 외형적이고 우연한 일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한스에게 환기시켜 주려는 것이다. 시험에 떨어진다고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었다. 그것은 가장 탁월한 학생에게도 생길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해 주었다. 설혹 한스가 그런 일을 당한다 하더라도, 신이 모든 영혼들을 위하여 특별한 섭리를 가지고 있으며, 예정된 길로 그들을 이끈다는 사실을 생각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45p 모든 것이 예전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더 아름답고, 의미깊고, 즐겁게 보였다.
64p 신학교에서도 다른 학우들보다 앞서기 위해서는 야망과 인내심으로 보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스는 꼭 그렇게 되고 싶었다. 하지만 왜 그래야 하는 걸까? 그것은 한스 자신도 알 수 없었다.
84p 또한 진중한 인생의 목표 아래 순수하고 이상적인 학문의 향유를 통하여 젋은 영혼들의 정신적인 갈증이 해소되는 것이었다.
87p 이별에 대한 불안, 자꾸만 커져 가는 고향에 대한 애정과 애착, 이러한 감정들이 자신을 지켜보는 사람들에 대한 수치심과 어른스러워지는 자신에 대한 자긍심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99p 음악이란 연륜과 더불어 점점 더 유익해지는 재산이며, 다른 사람들의 관심과 인기를 끌 수 있는 수단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105p 기벤라트는 하일너 옆에 앉아 두 다리를 수면 위로 내려뜨렸다. 그리고는 여기저기서 갈색의 나뭇잎이 서늘한 공기를 가르며 하나둘 소리없이 떨어져 갈색의 수면 위로 내려앉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146p 그럼, 그래야지. 아무튼 지치지 않도록 해야 하네. 그렇지 않으면 수레바퀴 아래 깔리게 될지도 모르니까
147p 오히려 지금까지 소홀하게 대한 모든 것을 보상해 주는 값진 보물처럼 여겼다. 그것은 이전의 무미건조한 의무적인 삶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을 만큼 깊은 온정이 깃들인 고귀한 삶이었다.
181p 이렇듯 고통과 고독에 내맡겨진 병든 소년 한스에게 위로자의 가면을 쓴 또 다른 유령이 다가왔다. 그리고 점차 그와 친숙하게 되어 급기야는 자신과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것은 다름아닌 죽음에 대한 생각이었다.
187p 줄기를 잘라낸 나무는 뿌리 근처에서 다시 새로운 싹이 움터 나온다. 이처럼 왕성한 시기에 병들어 상처입은 영혼 또한 꿈으로 가득 찬 봄날 같은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기도 한다. 마치 거기서 새로운 희망을 찾아내어 끊어진 생명의 끈을 다시금 이을 수 있기라도 한 듯이. 뿌리에서 움튼 새싹은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나지만, 그것은 단지 겉으로 보여지는 생명에 불과할 뿐, 결코 다시 나무가 되지는 않는다.
198p 다시는 어린아이가 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이제는 저녁 무렵 피혁 공장의 뜰에서 리제 곁에 앉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두 번 다시 피혁공장이나 <매의 거리>에 가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199p 건강한 삶에는 나름대로의 내용과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젊은 기벤라트의 삶에서는 이미 그 목적과 내용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207p 그래서 한스는 마음의 상처를 입고 당황한 나머지 수레바퀴에 치인 달팽이처럼 촉수를 움츠리고 껍질 속으로 기어들어가 버렸다.
한스에게 진정한 멘토, 친구가 있었다면 조금은 더 긍정적인 측면에서 다른 삶을 살지는 않았을까
단순히 신학교에서 만난 하일너를 진정한 친구로 생각하여 말한 것은 아니다.
하일너 역시 스스로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찾기 위한 끊임없는 방황 속에서 신학교의 삶이 억압적이고 힘들며 매우 괴로웠다. 하일너 또한 한스 기벤라트의 마음을 들여다보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한스에게는 자신을 찾는 단계의 하일너 뿐만 아니라 자신을 공감해 주고 따뜻한 감정을 함께할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물론 그러한 만남이 내게 필요한 그 순간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내 삶도 그러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삶의 전부인 유년기를 보내다가 갑자기 공부가 전부인 환경으로 바뀌었다. 물론 내가 이것을 왜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목적에 대해 알려주는 사람은 없다.
그냥 나는 학생이라는 것, 그리고 그것이 대다수의 또래에게 주어진 환경이라는 것,
지금 현재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리고 그것이 결국 나에게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하였고, 그 속에서 즐거움을 만들며 살아왔던 것이다.
때로는 그 상황에서 방황하는 친구들도 있다. 물론 우리는 나와 다른 사람, 잘못된 사람으로 치부해버렸지만 말이다.
어떤 집단에서 미운오리새끼가 된다는 것은 참으로 껄끄럽고 견디기 힘든 일이다.
한스 역시 그냥 그렇게 주어진 삶 속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았다. 그러다가 2등의 성적으로 신학교에 들어가며 만족해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나와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친구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다소 놀라고 낯설어 한다.
누군가 나를 잡아당겨서 꼬옥 껴안아준다면 그에게 걸맞는 친구가 되어줄 수 있었을텐데, 나에게 그렇게 하는 친구도 없으며, 그럴 용기도 없다.
그런 한스에게 우연히 하일너와 강가에서의 만남은 조금 더 특별하지 않았을까 싶다.
갈색의 나뭇잎이 여기저기 떨어지며 연못에 내려앉는 모습을 함께 바라보는 그 둘 사이의 시간과 기다림, 그리고 여백.
그 순간이 그들의 관계를 미묘하게 연결해주었던 적극적인 도움이 아니었을까.
한스의 삶은 수레바퀴 아래서 달아 없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수동적이었던 삶을 살았던 그 때가 수레바퀴 아래의 삶이었다.
한스 기벤라트의 내면에서 일어났던 끊임없는 갈등, 복잡함 속에서 경험한 허무함 등의 고통과 아픔은 오히려 스스로 수레바퀴를 돌리는 원동력이 되었다.
나에게 특별했던 그 순간이 함께 한 이에게도 그러할 수 있다면 얼마나 기쁜 일일까.
그러한 생각의 교집합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
삶을 가볍게 생각하고, 그 안에서의 진지한 고민과 성찰은 적당히, 우주에 내 맡기기로 한다.
한스의 마지막이 무엇이었든, 그것은 그를 위한 우주의 섭리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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