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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이야기

위대한 유산 2 - 요컨대 나는 급히 서두르는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진 갈등과 망설임의 모든 단계를 하나하나 겪기 시작했다.

by 얼룩말책방 2021. 5. 30.

 


# 위대한 유산_찰스 디킨스



# 첫 문장 - 덴마크에 도착해 보니, 그 나라의 왕과 왕비가 부엌용 식탁 위에 놓인 안락의자 두 개에 높이 올라앉아 알현식을 거행하고 있었다.

 


 

27p 재거스 씨의 일 처리 방식 중에서 가장 훌륭한 것은 바로 자기를 아주 높은 존재로 유지하는 것이랍니다. 그는 언제나 아주 높은 곳에 있지요. 한결같은 그 높은 위치는 그의 엄청난 능력과 짝을 이루는 것이랍니다. 저 간수가 재거스 씨에게 사건에 대한 의도가 어떤지 감히 물어보지 못하는 것처럼, 아까 그 대령도 재거스 씨에게 감히 작별 인사 같은 걸 할 생각을 전혀 못 하지요. 그래서 재거스 씨는 자신의 높은 위치와 이 사람들 사이에 바로 나 같은 고용인을 끼워 두는 거랍니다.


41p 그녀와 함께 그 집에서 산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와 함께 있을 때 내가 결코 행복하지 않고 오히려 언제나 비참하기만 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153p 그 어떤 것도 겉모양을 보고 판단하지 말게. 모든 것을 증거에 입각해서 보게. 그것보다 더 좋은 규칙은 없다네.


255p 몹시 낯익은 얼굴이 그런 몹시 낯선 방과 낯선 지역에서 아주 편하게 자리잡고 있는 걸 보는 것은 좀 묘한 느낌이었다. 나는 방 안의 다른 낯선 물건들을 바라보는 것처럼 그를 열심히 바라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246-247p 마치 그가 못 들어오게끔 백 개의 겹겹이 길게 늘어선 문을 꼭꼭 닫아 놓고 난 뒤에 바로 팔꿈치 곁에 그가 서 있는 걸 발견한 것과도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또한 그가 거기에 있던 까닭이 내가 거기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과 우리 주위에 있는 위험이 아무리 하찮게 보이더라도 위험은 항상 가까이에서 꿈틀거리며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었다.


305p 극도로 서두르는 상황에서 어떤 편지든 그 내용을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법이다. 따라서 나는 이 알 수 없는 서신을 두 번이나 다시 읽고 나서야 이 일을 비밀로 하라는 지시를 마음속에 기계적으로 각인시킬 수 있었다.


306p 익명의 편지에 그렇게 주의를 기울인 데 대해 자책의 논리를 펼치기도 했다. 요컨대 나는 급히 서두르는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진 갈등과 망설임의 모든 단계를 하나하나 겪기 시작했다.


340p 얘야, 지금 우리처럼 이렇게 조용하고 편안하게 나아가기는 정말이지 어려운 일일 거다. 하지만 말이다. 막 담밸 피우면서 한 생각인데, 아마도 배가 너무나 부드럽고 기분 좋게 물 위를 떠내려가고 있어서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나 싶다. 내가 지금 만지는 이 강물의 밑바닥을 들여다 볼 수 없는 것처럼 우린 다음 몇 시간 후의 일을 내다볼 수 없는거란다. 마찬가지로 우린 내가 이 강물을 잡을 수 없는 것처럼 시간의 흐름도 잡을 수 없지. 자, 보거라. 내 손가락 사이로 흘러서 빠져나가 버리지 않니.

 


 

이 소설은 대단한 반전이 있다. 내가 생각한 반전은 두 가지인데 스포가 될까봐 말하지 않으려 한다.

그것을 알고 본다면 이 소설의 진정한 묘미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핍의 진정한 성장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시작되었다. 내가 가장 고통스럽고 괴롭다고 생각한 순간에 놀라운 가치를 경험하는 순간이 있지 않은가? 물론 그것 또한 내가 그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어야만이 보석인지 돌맹이인지 구별할 수 있지만 말이다.


요즘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는 말을 경험으로 느끼고 있다.

핍에게 온 모든 순간들도 결국은 핍의 성장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었고, 결국 진정으로 가치있는 경험들이었다.

 

그래서 나 역시 내게 오는 모든 일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조급하지 않게 겸손한 자세로 나아가기로 했다.

또한 내가 당연하게 여긴 것이 어쩌면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살고자 한다.